지난 한 달 사이 나온 알앤비·소울 앨범 다섯 장은 모두 뒤를 돌아본다. 다만 돌아보는 방법은 다 다르다. 누구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누구는 남의 노래를, 누구는 한 시대를, 누구는 자란 동네를, 누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알앤비와 소울은 원래 앞 세대의 노래를 다시 부르고 빌려 쓰며 이어져 온 음악이다. 이번 다섯 장은 그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Lalah Hathaway [Made In Chicago]

랄라 해서웨이의 새 앨범 [Made In Chicago]는 10월 1일, 아버지 도니 해서웨이가 살아 있었다면 81번째 생일이었을 날에 나왔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이 앨범이 ’아버지 앨범’이 아니라고 했다. 10대로 넘어가던 무렵 시카고에서 들었던 즐거운 음악에 훨씬 가깝다는 것이다. 1968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가 열 살이던 해 겨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 상실은 평생 소화해야 할 것이고 아버지의 음악이 자기 음악에 남긴 자국도 영원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기억 쪽을 택했다.
앨범을 만들며 그가 처음 떠올린 건 가죽 코트를 입고 미시간 호수 너머 시카고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는 자기 모습이었다. 본인은 이 앨범을 어린 시절 시카고에서 들었던 음악의 자기 버전이라고 했고, 수록곡들이 노스탤지어와 멜랑콜리 사이에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듀싱은 본인과 필 보드로가 맡았다. 보드로는 트럼펫과 기타, 퍼커션까지 직접 연주했고, 플루트는 엘레나 핀더휴스가 불었다.
리드 싱글 ’47th Street’는 아버지 쪽 가족이 살던 거리 이름이다. 할아버지 호세아를 기리는 곡이고, 시카고 시인 제이 아이비가 남부에서 시카고로 올라온 대이주의 이야기를 낭송한다. 두 번째 싱글 ’Can’t Let Go’는 감각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라고 했고, 자신의 콰이어트 스톰이라고도 불렀다.
발매일은 시카고 교통공사의 창립 79주년이기도 했다. 그 무렵 시카고 지하철 전 노선의 역 안내 방송은 한시적으로 랄라 해서웨이의 목소리가 맡았다. 발매일 저녁에는 시카고 사우스사이드에서 함께 앨범을 듣는 자리가 열렸고, 시카고 출신 예술가 시어스터 게이츠가 그와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의 생일에 나왔지만, 앨범이 다루는 건 그 도시에서 보낸 그의 어린 시절이다.
Meshell Ndegeocello [Synonym]

랄라 해서웨이의 앨범에서 플루트를 분 엘레나 핀더휴스는, 이튿날 나온 미셸 은데게오첼로의 앨범에서도 플루트를 분다. 그리고 그 앨범에서 도니 해서웨이의 노래 두 곡이 다시 불린다.
10월 2일 블루노트에서 나온 [Synonym]은 널리 알려진 노래들을 두 사람의 목소리로 다시 부른 듀엣 앨범이다. 어리사 프랭클린과 조지 마이클의 ‘I Knew You Were Waiting (For Me)’, 휴먼 리그의 ‘Don’t You Want Me’, 돌리 파튼과 케니 로저스의 ‘Islands In The Stream’, 소니 앤드 셰어의 ‘I Got You Babe’, 자 룰과 아샨티의 ‘Always On Time’, 그리고 로버타 플랙과 도니 해서웨이의 ’Be Real Black For Me’와 ’The Closer I Get To You’까지. 1960년대 포크부터 2000년대 초 힙합까지 걸친 목록이다. 함께 부른 이름들도 그만큼 넓다. 샤카 칸, 신시아 에리보, 리앤 라 하바스, 모지스 섬니, 로버트 글래스퍼, 캣 파워, 브랜디 칼라일, 안오니, 윌로우.
블루노트가 밝힌 이 앨범의 중요한 특징은, 같은 젠더로 정체화하거나 비슷한 결 위에 있는 두 사람이 함께 부른다는 것이다. 은데게오첼로는 이 프로젝트를 모든 종류의 해방의 동의어로서 퀴어 해방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제목 ’Synonym’의 뜻도 거기서 나온다. 그는 이 편곡들이 원곡의 동의어라고 설명했다. 소리는 달라도 뜻은 같다는 것이다. 자신은 아무것도 정의하지 않으며, 정의가 없는 곳에서 가장 자유롭다고도 했다.
프로듀싱은 본인과 드러머 에이브 라운즈, 그리고 데이비드 갬슨이 맡았다. 1993년 데뷔작 [Plantation Lullabies]와 1996년 [Peace Beyond Passion]을 만든 사람과 30년 만에 다시 만난 셈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프로듀서로서 솜씨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본인의 말 그대로다. 블루노트에서 낸 앞의 두 장은 2024년과 2025년 그래미 최우수 얼터너티브 재즈 앨범을 연달아 받았다.
고르게 호평을 받은 곡은 캣 파워와 부른 ‘Don’t You Want Me’, 브랜디 칼라일과 부른 ’Golden Ring’이다. 반면 몇몇 곡은 원곡을 사랑받게 한 매력에서 너무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Victoria Monet [Frequency Of Love]

은데게오첼로가 남의 노래를 통째로 다시 불렀다면, 같은 날 나온 빅토리아 모네의 앨범은 곡의 일부를 빌려왔다.
[Frequency Of Love]는 [JAGUAR II]로 2024년 그래미 최우수 신인을 포함해 세 부문을 받은 뒤 나온 두 번째 정규다. 그 전까지 그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7 rings’와 ’thank u, next’를 함께 쓴 작곡가로 먼저 알려져 있었다. 총괄 프로듀서는 본인과 캠퍼가 함께 맡았고, 앨범 발표와 함께 공개된 ’Reach Out’은 케이트라나다와 디마일이 만들었다.
앨범 곳곳에 90년대와 2000년대 초 알앤비가 들어 있다. ’Almost’는 브랜디의 ’Almost Doesn’t Count’를, ’Head To Toe’는 조의 ’All The Things (Your Man Won’t Do)’를 가져왔고, 마지막 곡 ’For You’는 케니 래티모어의 같은 제목 발라드를 새로 불렀다. ’Care For Somebody’는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본 영화 <도로시 댄드리지>에서 처음 들은 노래를 자기 식으로 옮긴 곡이다.
피처링진도 넓다. SZA, 브루노 마스, 러키 데이, 브라이슨 틸러, 클로이, 리온 토머스. 그리고 리온 토머스와 함께 부른 ’You Mean The World To Me’에는 다섯 살 딸 헤이즐이 이름을 올렸다. 모네는 많은 곡이 연애하며 겪고 느낀 것들을 비춘 것이라고 했고, 딸에 대한 사랑, 세상에 대한 사랑까지 여러 사랑을 다룬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서도 분명했다. 다음 앨범을 만드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게 당연한 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평단은 90년대 알앤비에 대한 그의 존경을 높이 샀다. 동시에 몇몇 곡은 원곡에 너무 가깝게 붙어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한 매체는 일부 오마주가 출처를 직접 인용하는 데 기댄 에세이 같다고 썼다. 본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스릴러’를 만든 게 아니다. 그 마음가짐으로 내가 만들 수 있는 버전을 만들었을 뿐이다.”
Jhene Aiko [Westside Whimsy]

모네가 한 시대를 빌려왔다면, 제네이 아이코는 자기가 자란 곳으로 돌아갔다.
9월 11일 나온 [Westside Whimsy]는 Chilombo 이후 6년 만의 정규다. 발매 사흘 전에야 앨범을 알렸는데, 빌보드 200 1위로 데뷔했다. 커리어 첫 1위다. 그 전까지는 [Chilombo]의 2위가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제목은 올해 1월, LA의 식료품점 에레혼과 협업한 스무디로 먼저 예고됐다. 본인은 이번 앨범을 두고 90년대 음악 전부에 영향을 받았지만 특히 웨스트코스트의 카 컬처, 서핑, 해변, 그 느긋함이 컸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는 마법 같은 곳이고, 자기는 좋은 로드 트립을 사랑한다고도 했다.
그는 198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사우스 LA에서 자랐다. 일곱 살 때 집에 불이 난 뒤 가족은 슬로슨 애비뉴 근처로 옮겼고, 그는 그 동네를 ’슬로슨 힐스’라 부른다. 앨범을 여는 ’Wild Cat(s)’는 부모와 자란 시절을 다룬 곡이다. 발매를 알리며 그는 6년이 걸렸다고,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적었다.
함께한 사람들도 오래 알던 이들이다. 앨범 대부분을 만든 프로덕션 팀 피스티커프스는 2013년 데뷔 EP [Sail Out]부터 함께해 온 팀이다. ’So Good’에 참여한 켄드릭 라마와는 2010년 그의 믹스테이프 수록곡 ‘Growing Apart (To Get Closer)’ 때부터 노래를 주고받았다. 앱소울, 타이가, 래리 준까지 피처링도 모두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한 매체는 이 앨범을 슬픔과 이별에 젖은 전작들 다음에 나온, 로스앤젤레스에 바치는 느긋한 송가로 읽었다. ’Westside Whimsy’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방식이라고 했던 본인의 말과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Tinashe [Popstar]

같은 9월에는 기록이 하나 더 나왔다. 제네이 아이코의 앨범이 나오고 2주 뒤 발매된 티나셰의 [Popstar]는 빌보드 200 6위로 데뷔했다. 커리어 첫 톱10이다.
정규 데뷔는 2014년 RCA에서 낸 [Aquarius]였다. 2019년 2월 RCA를 떠난 뒤로는 앨범을 직접 냈고, 2024년 ’Nasty’가 퍼지며 처음으로 자기 이름만으로 핫100에 올랐다. [Popstar]는 그 뒤에 나온 여덟 번째 정규다. BB/Ang3l과 Quantum Baby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장이기도 한데, 본인은 만들다 보니 다른 무언가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메이저 레이블 시절에 겪은 높낮이를 이야기하면서는, 자유가 자기 자신을 다시 찾게 해줬다고 말했다.
발매 직후 그가 남긴 글은 더 직접적이다. 오랫동안 오해받고, 간과되고, 웃음거리였다고 했다. “아직도 음악 해? 왜 아직 안 그만둬?” 같은 말을 들었지만, 자기 자신과 자기 예술을 포기한 적은 없다고. 수록곡에도 그 이야기가 있다. ’Empty Stadium’은 무대 위에서 박수를 기다리는 반복되는 꿈에서 나왔고, ’Heavy Weight’는 맏이로서 짊어진 무게를 다룬다. 프로듀서는 잭 세코프, 킴제이, 쿠로스 등 여럿이고 첫 곡 ’Sunglasses’에는 아르카가 손을 보탰지만, 피처링은 한 명도 없다.
다만 이걸 자서전으로만 읽을 일은 아니다. 티나셰는 팝스타를 하나의 에너지, 말하자면 페르소나라고 불렀다. 이 앨범에는 빈정거림이 많고, 자기는 진지한 동시에 농담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 매체는 이 앨범을 두고, 주목을 가져봤고, 잃었고, 자기 방식으로 되찾은 사람이 만든 앨범이라고 썼다.
티나셰는 이번 앨범을 두고 아티스트로서의 자신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왔다고 말했다. 이번 다섯 장이 모두 그렇다. 랄라 해서웨이는 10대 무렵의 시카고로, 미셸 은데게오첼로는 남의 노래로, 빅토리아 모네는 90년대로, 제네이 아이코는 슬로슨 힐스로, 티나셰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간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