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독자 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반갑습니다. 가수 지바노프라고 하고요, 근 10년간 알앤비 앨범으로 꾸준히 인사드려 온 싱어송라이터입니다.

Q. 한국대중음악상 알앤비/소울 부문 노미네이트를 축하드립니다. 노미네이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솔직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이번 정규 앨범 [Misery]는 오로지 제가 듣고 싶어서 만든 드라이브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평가를 기대하진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이번 한대음 노미네이트가 더 신기했고, 오랜만이라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Q. 두 번째 정규 앨범 [VOID.]는 ‘공허’라는 상태를 사운드로 구현한 작품으로 많이 이야기됐는데요. 지금 돌아보면 그 앨범은 본인에게 어떤 시기였다고 생각하시나요?

A. 누군가가 제게 남겨준 공허함의 크기를 표현하고 싶었던 앨범이었어요. 마스터를 끝낸 바로 그날 군 영장이 나왔고, 입대한 뒤에 앨범이 발매돼서 주인 없이 남겨진 앨범처럼 느껴졌습니다. 정말 공허한 시기였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Q. [VOID.] 이후 음악적으로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A. 지금 기준으로 5년이 흘렀고,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감정선이 차분해졌다고 느껴요. 그 변화가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고요. 여전히 날카롭고 멋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지만, 점점 더 클래식함을 추구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Q. 이전에는 사운드나 장르 실험이 전면에 나섰다면, 어떤 기점 이후에는 감정의 밀도나 정서에 더 집중하게 되신 부분도 있을까요?

A. 예전에는 앨범 분위기가 당시의 알앤비 흐름과 맞닿아 있는지를 자주 체크했다면, 요즘은 제가 쓴 가사에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데 더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장르적으로 알앤비를 벗어나는 선택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VOID.]를 통해 ‘공허’를 표현한 이후, 그 다음에는 어떤 감정이나 상태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나요?

A. 말씀드린 대로 군에 가서 약 2년간은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지냈어요. 전역 후 다시 영에서 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제 앨범에 들어갈 곡들을 아카이빙했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의 차분한 마음을 먼저 뱉어내야겠다고 느꼈고, 그렇게 발매한 곡이 ‘Care For You’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EP [We Will Meet Again]과 [About Time]은 정규 앨범 사이에서 비교적 짧은 호흡의 작업이었는데요. 당시 이 EP들을 통해 가장 실험해보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A. ‘0’에서 출발한 시점은 2023년 1월쯤이었고, 2024년 12월까지 이어졌어요. 그 시기에 동시에 써 둔 곡들을 아카이빙하다 보니, 발라드의 색채를 타이틀로 가져간 [We Will Meet Again], 그리고 포크와 록 음악을 제 앨범으로 시도해보고 싶었던 [About Time]이라는 두 EP가 나오게 됐습니다.

Q. 두 EP는 이전과는 다른 비주얼라이징도 인상적인데요. 각 EP에 담고자 한 무드나 정서는 무엇이었나요?

A. [We Will Meet Again]에는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라는 속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Good to Meet You’라는 레이블에서 처음 공개한 작품이기도 해서 그 의미도 함께 담았고요.

[About Time]은 타이틀곡 ‘어느 새벽’을 중심으로 초원, 들판, 볏짚, 시골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고, 그 이미지에 맞춰 아트워크와 비주얼라이저를 구성했습니다.

Q. [We Will Meet Again]에는 TAEK 님, lackjoe 님 등과 함께 작업하셨는데요. 당시 구현하고자 했던 사운드나 무드는 무엇이었나요?

A. 당시 모토로 삼았던 사운드는 다니엘 시저의 앨범들이었어요. 굉장히 깔끔하고 정제된 텍스처를 악기와 보컬 믹스에서 뽑아내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평소엔 기타와 베이스를 제외하면 세션을 자주 받지 않는 편인데, 이 앨범에서는 “리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감각으로 동료들의 도움을 최대한 받았습니다. 드러머 최병준을 비롯해 스노전, sojeso 형 등 많은 연주자분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앨범이에요.

Q. 세션 작업을 통해 새롭게 느끼거나 깨달은 점도 있었을까요?

A. 아이러니하게도 제 앨범 세션을 위해 제가 직접 현장에 함께한 경험이 거의 처음이었어요. 평소엔 저나 함께 작업하는 프로듀서들이 비교적 은둔형으로 작업을 하는 편이라서요. 그래서인지 책임감도 생겼고, 이런 방식의 작업을 더 해봐야겠다고 느꼈던 시기였습니다. 다만 그게 얼마나 지켜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Q. [About Time]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느껴졌는데요. 당시의 음악적 관심사는 무엇이었나요?

A. 20대까지는 R&B 외에는 거의 듣지 않을 정도로 취향 편식이 심했어요. 그런데 점점 밴드 음악이나 영국 아티스트들을 듣게 되던 시점에 스윔굳 멤버들이 “비틀즈 같은 앨범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죠.

그때까진 ‘Let It Be’ 정도만 알던 상태라 공부를 시작했고, 비틀즈 보컬과 악기, 믹스가 주는 질감을 제 방식으로 풀어내려 연구했습니다. 너무 현대적인 후반 작업은 피하고, 음정 튜닝도 최소한으로 하거나 원테이크 녹음을 지향하면서, 만약 테이프로 만들었다면 주어지지 않았을 기회들을 상상하며 작업했습니다.

Q. 이 시기의 작업들이 결과적으로 [Misery]의 어떤 부분으로 이어졌다고 느끼시나요?

A. 사실 두 EP와 Misery는 모두 2023~2024년에 만들어 아카이빙해 둔 작업들이에요. 저에겐 하나의 시기로 이어진 이야기이고, 장르적으로 분류된 결과물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정규와 EP를 오가며 작업하면서 음악적 리듬이나 호흡에 대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을까요?

A. 새로운 깨달음이라기보다는, 군 입대 전에도 이런 템포와 방식을 선호했었다는 걸 다시 확인한 느낌이에요. “아, 내가 이런 걸 좋아했고 이렇게 앨범을 만들어왔지” 하고 재정립한 경험이었습니다.

Q. ‘Misery’라는 제목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생각보다 단순해요. 타이틀곡 ‘Misery’보다 앨범을 더 잘 설명하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고, 굳이 다른 제목을 붙일 이유를 못 느꼈습니다. 음악 자체는 더 가벼운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제목만큼은 가볍지 않았으면 했어요. 참고로 이 곡을 프로듀싱한 Noair는 발매 당일에야 이 곡이 타이틀이자 앨범명이 된 걸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Q. [Misery]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음악적 접근은 무엇이었나요?

A. 소울, 펑크, 디스코가 주는 고유한 감정이 있고, 특히 운전할 때 들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팝스럽거나 지나치게 차분한 템포의 곡들은 배제했습니다. 또 앨범 안에서 혼자 튀는 곡이 없도록 계속 다듬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Q. ‘Boyfriend’처럼 모호한 관계를 다루는 곡들이 많은데, 이런 감정 상태에 끌리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요즘 연애 프로그램이 유행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런 재료 자체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간질간질하고 궁금한, 남의 연애사를 엿듣는 방식으로 프롤로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는 절제가 인상적이었는데, 의도된 선택이었나요?

A. 앨범을 반복해서 들으며 튀어나온 부분들을 계속 정리하다 보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결과물이 된 것 같아요. 저만의 기준이었는데 그렇게 느껴주신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Q. 슬픈 가사와 댄서블한 사운드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가사를 쓸 때도 의식한 부분이 있을까요?

A. 우울한 가사엔 우울한 비트, 설레는 가사엔 설레는 비트처럼 극단으로 가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아요. 이번 앨범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런 방식을 따르는 편이고요. ‘애이불비’라는 단어는 제가 추구하는 여러 가치관을 관통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Q. 트랙 간 연결과 흐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A. ‘오늘은’부터 ‘After Sunset’까지 날씨를 주제로 제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비슷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잘 따라오게 만들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곡들 사이에는 트랜지션을 만들자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결과 앨범 전반에 여러 트랜지션이 들어가게 됐습니다.

Q. 트랙을 넘길 때마다 감정이 조와 울을 오가는 방식도 눈에 띄는데요. 트랙 배치 부분에서 신경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A. 가사의 개연성도 고려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듣는 사람이 굳이 트랙을 넘기지 않아도 되는 앨범이었어요. 그래서 장르적인 흐름을 더 우선했고, 그 사이에서 주인공의 감정은 오히려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됐을 수도 있겠네요.

Q. ‘Meet Me at Dream’과 ‘Back To You’의 배치에는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A. 마지막 트랙 ‘Back To You’는 “내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런 상태로 지내고 있다”는 정리 같은 곡이에요. 긴 인트로를 통해 꿈에서 깨어나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 1번부터 11번까지를 꿈, 12번을 현실로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직전에 몽환적이고 뒤죽박죽한 ‘Meet Me at Dream’을 배치했고, 이 곡의 아웃트로가 마지막 트랙의 인트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Q. [Misery]를 관통하는 감정을 표현한다면요?

A. 한 단어로는 어렵지만, “우리 모두 한 번쯤 겪어봤을 사랑 이야기”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 앨범이 어떤 상태로, 어떤 방식으로 닿았으면 하나요?

A. 장거리 운전할 때 한 번 틀어두고, 남의 연애사를 엿듣듯 들어보시길 조심스럽지만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Q. 앞으로 지바노프 님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A. [Talking Book 2]를 제작 중입니다. ‘We(Oui)’, ‘추억 속의 그대’, ‘난 아니야’를 함께 만든 Plan8과 다시 작업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해둬야 완성할 것 같아서 여기서도 한 번 더 말해봅니다.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긴 인터뷰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예전보다 제 앨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줄어 아쉬웠는데, 이번엔 속 시원하게 많이 말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항상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모두 행복하시고, 아프지 마시고, 하고 싶은 것 다 하시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지바노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