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독자 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포스트록 사운드와 즉흥연주를 기반으로 창작곡을 선보이는 그룹 돌탕입니다.

Q.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노미네이트 소감을 여쭤보고 싶어요.

A. (용리) 우선 정말 기쁩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오랜 시간 마음속에 목표처럼 쌓여온 상이었고, 그 첫 단계인 노미네이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희 음악이 흔히 말하는 대중적인 음악은 아닐 수 있지만, 그동안 선택해온 방향과 행보에 대한 응원처럼 느껴져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Q. 먼저 멤버 분들 개인 활동을 하나씩 짚어보면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찬 님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예찬) 안녕하세요. 돌아온탕자들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조예찬입니다. 저는 매주 화요일 에반스 어반 잼 데이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작년 1월부터 5월까지 규현이라는 가수와 아시아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녹음·연주 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용리 님은 최근 다연 님과 함께 맥스 라이트 쿼텟(Max Light Quartet) 공연을 준비 중이신 걸 봤어요. 맥스 라이트 쿼텟은 어떤 팀인가요?

A. (용리) 맥스 라이트 쿼텟은 뉴욕 특유의 에너지와 높은 밀도의 즉흥연주를 기반으로 한 팀입니다. 2019년 허비 행콕 컴페티션에서 2위를 차지한 기타리스트 맥스 라이트의 첫 한국 투어를 함께하게 되어 의미가 컸고, 음악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맥스와는 대학원 동기이자 제 1집 앨범을 함께 작업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다연 님은 작년에 ‘정글은 없었다’ 활동도 하셨던 걸 보았습니다. ‘정글은 없었다’는 어떤 팀인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A. (다연) 안녕하세요, 드러머 석다연입니다. ‘정글은 없었다’는 2024년 쑤믹(SS:umic) 페스티벌을 계기로 결성된 트리오로, 기타리스트 최성호, 보컬 오헬렌과 함께하고 있어요. 세 멤버 모두 즉흥연주를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무엇보다 관객과 음악을 함께 호흡하는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입니다.

정해진 곡이나 구조 없이 매번 무대에서 음악을 만들어가며, 즉흥연주가 어렵게 느껴지기보다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적인 음악이 되길 지향하고 있어요.

Q. 환수 님은 작년에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서 오코예와 함께 공연하셨잖아요. 신인 뮤지션의 가파른 성장을 지켜보며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A. (환수) 오코예와는 정규 1집 녹음과 릴리즈 쇼를 준비하며 인연을 맺었는데, 무대 위의 완성도보다 무대 뒤에서 보여준 집요한 노력이 더 인상 깊었어요. 물 위에서는 우아하지만 물속에서는 쉼 없이 움직이는 백조 같달까요. 그 태도가 결국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와 한국대중음악상 후보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돌아온 탕자들 역시 처음엔 막연해 보였던 비전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큰 공감과 자극을 받았습니다.

Q. 영우 님은 작년에 기타리스트 송준호 님과 함께 알오원 팔러(R01 Parlour)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내셨습니다. 알오원 팔러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A. (영우) 알오원 팔러는 기타리스트 송준호와 20대 초반부터 음악적 고민을 함께 나눠온 오랜 친구 사이에서 출발한 듀오 프로젝트입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소리의 질감과 구조를 중심에 둔 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초기 작품들이 사운드의 결을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 발매한 「Unusual but Familiar」에서는 멜로디와 구성까지 확장하며 보다 이야기적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연주뿐 아니라 프로듀싱과 엔지니어링까지 함께 고민하는 프로젝트라는 점도 이 팀의 특징입니다.

Q. 멤버 분들의 음악적 배경이 많이 다르잖아요. 용리 님은 어떤 계기로 이 다섯 분을 돌탕의 멤버로 결정하게 되셨나요? 팀 구성 과정이 궁금해요.

A. (용리)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멤버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서울에 모이게 되면서, 서로의 음악적 배경과 고민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됐습니다. 돌탕은 특정 장르를 “잘 연주하는 팀”이라기보다,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갱신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멤버를 구성할 때도 연주 스타일보다 긴 시간을 함께 버티며 성장할 수 있는 감각과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봤습니다. 덧붙이자면,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팀이다 보니 개인의 주량도 은근히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Q. 앨범도 싱글도 없던 시기에 돌탕 이름으로 <2024 Jazzahead>에 다녀오셨잖아요. 익숙하지 않을 분들을 위해 Jazzahead가 어떤 행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용리) 재즈어헤드는 일반적인 페스티벌이라기보다, 전 세계 재즈 관계자들이 1년에 한 번 한자리에 모이는 박람회에 가까운 행사입니다. 페스티벌 디렉터, 공연장 운영자, 기자, 아티스트들이 모여 교류하고, 매년 30~40팀의 쇼케이스 아티스트를 선발해 무대를 선보이죠.

감사하게도 돌탕은 아시아 팀으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되어, 당시에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던 자작곡들로 쇼케이스 무대를 꾸밀 수 있었습니다.

Q. 2024년 Jazzahead에 초청된 과정도 궁금해요. 당시 투어도 진행하셨던 것으로 아는데, 투어 일정은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A. (용리) 매년 공모가 열립니다. 간단한 팀 설명, 사진, 연주 영상 이렇게 세 가지만 올렸던 걸로 기억해요. 당시 저희는 영상이나 사진이 부족해서 마감 1주 전에 급하게 사진과 영상을 찍어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2달 뒤 초청장이 이메일로 왔죠. 2024년에는 재즈어헤드를 시작으로 베를린, 비엔나, 부다페스트에서 공연했습니다.

Q. 이어서 2025년에도 Jazzahead 무대를 포함해 유럽 투어를 다녀오셨잖아요. 작년 투어는 어떠셨나요?

A. (용리) 거의 매일 비행기나 기차로 5시간 정도씩 이동해야 해서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음악적으로는 너무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같은 레퍼토리를 2주 동안 11번 연주한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되세요?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시도해본 것 같아요. (웃음)

Q. 콘텐츠 촬영을 맡아주신 효진 님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용리) 2024년부터 저희와 함께해주시고 계신데, ‘재즈애비뉴’라는 채널을 통해 여러 재즈 관련 콘텐츠들을 소개하고 있고, 요즘에는 강연 및 뮤지션으로서도 많은 분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계세요.

Q. 투어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베뉴가 있을까요?

A. (환수) 개인적으로는 브뤼셀의 Sounds라는 베뉴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무대가 아주 작아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 연주했는데, 그때 만들어진 음악에는 평소와는 다른 밀도와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하게 되었던 무대였어요. 지붕이 보이던 다락방 같은 대기실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Q. 이제 앨범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선 앨범 커버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어떤 분이 작업해주셨나요?

A. (용리) 저희 레이블 유닛 레코드에서 일하시는 디자이너 분(스테파니)께서 저희 프로필 사진을 보시고 만들어주셨어요. 저희가 표현하고 싶은 에너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Q. 제목은 직역하면 “투명한 노동자”잖아요. 앨범 제목과 트랙리스트를 겹쳐서 커버를 바라보면 명확한 메시지가 있는 것 같았어요. 앨범을 통해 하고 싶으셨던 말씀은 무엇이었나요?

A. (용리)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한국에 5년쯤 전에 귀국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닥치는 대로 긱을 다 받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팬도 생기지 않고, 부유해지지도 않더라고요. 소모되는 느낌이 들었고, 음악을 하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는 잘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러려고 음악을 시작한 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모든 일을 잠시 내려놓고 제 마음대로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집중해 작곡한 곡들이 모여 지금의 앨범 Invisible Worker가 탄생했습니다.

Q. 음악에서는 전반적으로 실험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비틀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이런 표현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용리) 스스로에게도 도전이 되는 리듬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안정적인 그루브보다는 약간 비틀거리는 구조 위에서 연주할 때, 오히려 선율과 리듬의 흐름이 더 자유롭고 흥미롭게 변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런 불안정한 감각이 즉흥연주에 새로운 긴장과 추진력을 만들어준다고 느꼈고, 그 인상을 음악 안에 그대로 담고 싶었습니다.

Q. 1번, 2번 트랙인 “S50und P61ant7”과 “Pay Day”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트랙의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A. (용리) “S50und P61ant7”에는 숫자 50617과 ‘Sound Plant(음악 발전소)’라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50617은 제목을 붙이던 당시의 실연자협회 회원 수였고, 한국에서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는 모든 동료들에게 이 앨범을 헌정하고 싶다는 마음을 앨범의 시작에 암호처럼 담고 싶었습니다.

Q. “Fluorescent Light”는 깜빡거리는 형광등 같은 피아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곡은 무엇을 묘사한 곡일까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연주자의 삶에 대한 부분도 궁금합니다.)

A. (용리) 맞아요. 그냥 형광등을 묘사한 곡은 아니에요. 편곡 작업 마감에 쫓기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지쳐 있던 어느 날에서 출발했습니다. 소파에 누워 있는데 밖에서 들어온 파리 한 마리가 형광등을 향해 필사적으로 날아오르더라고요. 그 장면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멈춰 있던 제 모습과, 빛을 향해 계속 날개를 퍼덕이는 파리의 대비가 강하게 남았습니다.

그 순간 바로 피아노 앞으로 가 이 곡을 썼고, Fluorescent Light는 그렇게 무기력함과 생존 본능이 동시에 공존하는 상태를 담은 곡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연주자로 살아가며 느끼는 피로와 불안, 그럼에도 계속 음악을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Dopamine Rush”는 수시로 바뀌는 속도감과 변칙적인 박자감이 롤러코스터 같은 인상을 주는 곡이었는데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작업하셨나요? (+‘도파민 칵테일’ 같은 경향이 재즈 씬에서는 어떻게 발현되는지도 궁금합니다.)

A. (용리) “Dopamine Rush”는 숏폼 콘텐츠에 노출된 우리의 일상과, 그 자극을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도파민 회로를 떠올리며 만든 곡입니다. 화면을 넘길 때마다 바뀌는 속도감과 과잉된 정보의 감각을 리듬과 템포의 급격한 전환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재즈 신에서도 비슷한 과잉의 흐름이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음악이 하나의 작품이라기보다 튜토리얼이나 속주 영상처럼 잘게 잘려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죠. 이 곡은 그런 환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Q. “Dopamine Rush”를 지나 “March of the Invisibles”로 들어가면서 다시 편안해진다고 느꼈습니다. ‘투명한 자들의 행진’은 무엇을 의미하고, 이 트랙에서 편안한 진행이 필요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A. (용리)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했을 때 이 지점에서는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연스럽게 속도를 낮추고 감정을 가라앉히는 장면이 필요했어요.

“March of the Invisibles”는 하루의 음악 노동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제 모습, 그리고 비슷한 시간을 살아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쓴 곡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편안하고 단순한 진행을 선택했고, 그 느린 행진이 앨범 전체의 호흡을 다시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랐습니다.

Q. 앨범에 참여한 유일한 보컬, 전송이 님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분이신가요?

A. (용리) 전송이 님은 베를린을 기반으로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컬리스트로, 작년에는 롤렉스에서 음악 분야 천재로 선정되기도 한 세계적인 아티스트예요. 기타리스트 예찬이 2024년 투어 일부를 함께하지 못했는데, 다른 기타리스트를 고용하느니 보컬리스트로 바꿔보면 어떨까 해서 몇 공연을 협연하게 됐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앨범에도 ‘Fluorescent Light’와 ‘Dopamine Rush’에 피처링을 부탁드렸죠.

Q. 앞으로 돌탕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용리) 4월에는 또 다른 시상식 참석차 독일에 갈 것 같고요, 5월에는 국내 페스티벌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6월과 7월에는 각각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페스티벌 및 공연장 공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새로운 곡 작업도 틈틈이 해서, 올해 말쯤 EP 혹은 정규 앨범으로 다시 찾아뵙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환수) 돌아온 탕자들의 음악이 모든 리스너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난해하기까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듣다 보면 지친 영혼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진한 청국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하트)

A. (용리) 언젠가 어차피 저희 음악을 마주하게 된다면, 잠시 의심이나 마음의 벽을 내려두고 귀뿐만 아니라 몸과 감각 전체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들어주신다면 각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조금 더 입체적인 경험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긴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Q.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