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게 되면 자신의 세계에 없던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가령 부모님은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일상에 없던 일을 시작하죠. 애인이 생기면 없던 취향이 생기기도 하고요. 오타쿠들은 자신의 세계에 대상을 적극적으로 편입시킵니다. 요컨대 사랑은 서로 다른 두 세계관을 합치는 작업이에요.

핵심은 “합치다”라는 단어입니다. 만약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볼 수 없겠죠. 내 세계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자신의 세계가 소홀해질 것을 염려한 상대가 떠날 거고요. 제로후(ZEROWHO)의 EP [WYK?]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WYK?]의 독특함은 제로후가 근본적으로 드럼 연주자라는 데에서 옵니다. 리얼 드럼을 직접 연주해서 레코딩하고, 시퀀싱으로 보조해서 라이브와 미디의 균형을 추구한 점이 돋보이거든요. DAW 활용으로 인해 자칫 사라질 수 있는 리얼 드럼의 특성을 최대한 남기기 위한 고민이 곳곳에서 드러나는데요. 덕분에 신선한 청각적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연주자들의 색깔을 최대한 뾰족하게 남긴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크레딧을 보면 루키부터 베테랑 연주자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했는데요.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을 포용해서 자신의 세계에 합쳐둔 점이 재미있어요. 더불어 여유로운 트랙들과 보컬 참여진의 가사는 “서로 사랑하자.“라는 제로후의 메시지를 명료하게 만듭니다.

각박한 세상에 치여 힘든 하루를 보내셨나요? 사랑이 넘치는 [WYK?]를 들으며 치유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