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을 포기하며 예술에 도달하다: untell [Paradise Syndrome]
예술가는 자신의 이상을 추구합니다. 데미안 허스트가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 상어를 박제했듯이, 예술가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가장 잘 표현할 방법을 찾아 세상에 내놓으니까요. 그런데 인간은 종종 어떤 가치에 매몰되어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할 때가 있죠.
언텔의 [Paradise Syndrome]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가사를 보면 오랫동안 ’멋’이라는 낙원을 찾아 헤맨 언텔은 어느 순간 이를 과감히 버리고 자신을 받아들이는데요. 멋으로부터 해방되어 ’이상적인 멋’이 아닌 ‘이상’ 자체에 도달한 거죠. 멋이라는 렌즈를 버림으로써 왜곡 없는 순수한 자기 생각을 음악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멋을 쫓지 않게 되었지만, 멋을 쫓던 자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부분도 흥미로워요. “Paradise Syndrome”의 변칙적 비트, “Something Special”의 신스 질감, 래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트랙들까지. 앨범은 언텔이 [HUMAN, the album]과 [ANIMAL]을 거치며 쌓아온 모든 것을 담고 있거든요. 동시에 R&B, 재즈, 펑크로 음악적 확장도 이루어냈고요.
“Kombat Slide”의 디테일도 놓칠 수 없는데요. “내리막길 내리막길 내리막길 HO!“라는 가사는 방언을 읊는 것처럼 들리지만, 소리 전체는 정말 미끄러지듯(Slide) 내려가는 인상을 줍니다. 언텔의 프로덕션이 얼마나 정교해졌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런 의미에서 [Paradise Syndrome]은 개인 서사,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 음악적 확장을 모두 이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언텔이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고 올지 기대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