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본질은 반복입니다. 반복이 닦은 길 위로는 항상 권태가 따라오죠. 이게 극단으로 치달으면 어떻게 될까요? 가령 이전과 완벽하게 똑같은 하루가 영원히 반복되고, 반복된 모든 하루를 시간축에 순서대로 나열한 것처럼 기억하는 거죠. 이전과 완벽하게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니 주변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될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차에 치였다고 생각해볼까요? 그러면 다음 날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차에 치여서 같은 시간에 같은 병원에 실려가고 같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같은 말을 듣게 되겠죠.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여기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moribet의 [so, ho hum]를 들어보기로 해요.

[so, ho hum]는 포크와 전자 음악을 산산히 해체해서 시간 위로 흩뿌린 것 같은 앨범입니다. 특히 3번 트랙 “anhedonia”의 악곡 전반이 전달하는 리듬이 정말 난해해요. 단순히 어택 타이밍 만으로 리듬을 센다면 실험적인 음악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구성이지만, 사용된 소리의 질감들이 엮여서 만들어내는 리듬감이 정말 복잡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그 중심을 포크가 단단히 잡아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전자음악이 왜곡한 소리들을 머릿속에서 하나씩 치워보면 포크 특유의 단순한 사운드가 남거든요.

영원히 반복되는 하루에서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변화가 무엇인지 곡 소개를 보며 눈치채셨나요? 바로 생각입니다. 기억 속에 반복된 모든 하루가 순차적으로 새겨지니까 우리의 생각 만큼은 계속 변할거예요. 머리 속에서 전자음악의 요소를 하나씩 지워나가면, 포크 특유의 단순한 사운드가 남는 것처럼요.

이런 생각과 별개로 들어도 참 재미있는 앨범이니 morivet의 [so, ho hum]을 꼭 들어보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