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쌓인 눈을 가지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면서 놀죠. 손만 뻗으면 쉽게쉽게 잡을 수 있던 눈은 조금 시간이 지나면 거리를 질척하게 만들고, 한동안 그 위를 걸어가는 사람을 조심스럽게 만듭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언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냐는 듯이 사라지죠.

시야에서 사라진 눈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형태가 됩니다. 일부는 증발해서 다른 곳에서 눈이나 비를 만들고, 일부는 땅으로 흡수되어 지하수가 됩니다. 일부는 바다의 일부가 되어 떠나가죠. 이번에 소개할 곡은 픽보이(Peakboy)의 “녹고있어”입니다.

“녹고있어”는 사랑을 놓고있는 사람을 노래합니다. 눈이 녹아서 물이 되면 손으로 붙잡을 수 없게 되는 것 처럼, 떠나간 사랑은 붙잡을 수 없죠. 피아노와 스트링 위로 픽보이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함께 흐르고, 물웅덩이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기타 소리가 이따금 치고 나오는 게 인상적입니다.

곡을 듣다보면 “녹고 있어, 널 놓고 있어”라는 가사가 머리로 쑥 들어오는데요. 녹아버린 눈이 다시 땅으로, 바다로 돌아가는 것처럼 놓아버린 사랑도 우리의 일부가 되어 계속 살아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절묘한 가사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사랑은 아마 어느 날 다른 형태로 여러분께 돌아올 거예요. 길을 가다가 익숙한 장소에서 “아, 그때 그 사람과 참 행복했다.“라는 식으로요. 뭐 운이 좋다면 우연히 그 장소에서 마주칠 수도 있겠죠. 사랑을 정리하고 계신가요? 픽보이의 “녹고있어”를 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