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창작물을 통해 접하는 서울은 보통 유리궁전이 즐비한 미래도시거나 회색빛 콘크리트 숲으로 뒤덮인 모습이죠. 그것도 아니면 화려한 간판 불빛이 사람들을 비추는 사이버 펑크스러운 모습이던지요.

물론 <응답하라 1984>처럼 옛 서울을 정감 있는 곳으로 묘사하거나 <나의 아저씨>처럼 서민의 팍팍한 삶을 극대화하는 무대로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창작물 속 서울의 스테레오 타입은 여전히 세련되고, 복잡한 대도시에서 그칩니다.

사실 서울을 멀찍이 떨어져서 보았을 때, 미디어가 비추는 스테레오 타입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높은 건물은 늘 낮은 건물보다 눈에 띄는 법이죠. 하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보는 기념비 스케일의 조각상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관찰할 수 없는 법이이기도 합니다.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일반적으로 미디어가 비추는 모습과 다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당장 대학로 낙산공원에 올라가면 구옥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내죠. 경로당, 문화센터 등을 중심으로 나름대로의 지역 커뮤니티도 여전히 활발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아름의 [서울, 서울!]은 여타 창작물이 보여주는 서울의 스테레오 타입을 부수는 동시에 가장 서울다운 EP 같아요. 서울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점에서 풍경을 비추거든요. 지하철 타는 사람들, 밤이 되면 잔뜩 켜지는 주황 불빛, 숨 막히는 9호선 급행열차 등을 노랫말로 풀어내거든요.

가사들을 받쳐주는 소리들도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하게 들려옵니다. “서울 사람들!” 후반부에 쌓인 코러스나 “꽃말X”에서 들리는 어쿠스틱 기타와 목관악기 소리 등이 그렇죠. 거대한 무언가를 노래하기 보다는 뮤지션 개인의 시선에서 관찰하고 느낀 것들을 그대로 소리로 녹여낸 느낌입니다. 이런 음악을 자아내는 뮤지션이라면 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일 것 같네요.

늘 각박하게만 그려내는 도시의 모습을 지루하게 느끼고 계신다면, 아름의 [서울, 서울!]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잔잔하게 치고들어오는 맛이 있거든요.